호주 뉴스나 라디오에서 가끔 He’s gone walkabout 같은 표현이 들릴 때가 있다. 처음에 들으면 어떤 말인지 감이 오지 않는데, 이 표현은 누군가 갑자기 자리를 비웠을 때, 연락이 안 될 때, 어디 갔는지 모를 때 호주에서 자주 쓰는 말이다.
“Walkabout”는 원래 **호주 원주민(Aboriginal Australians)**의 전통에서 나온 단어다.
젊은 원주민 남성이 성인식을 겸해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자연 속을 홀로 걷는 의식을 ‘go walkabout’라고 불렀다. 목적이나 시간 없이 그냥 떠나는 여정이었다. 이 말이 시간이 지나면서 현대 호주 영어 속에 들어왔고, 지금은 “누가 갑자기 사라졌을 때”, “자리에 없을 때” 일상적으로 쓰는 표현이 된 것이다.
호주 뉴스나 정치 기사에서는 이 표현이 특히 자주 등장한다.
예를 들어 정치인이 위기 상황에서 아무 말도 안 하거나, 언론에 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 이렇게 말한다.
- The PM has gone walkabout during the crisis.
(총리가 위기 상황 중에 자취를 감췄다.) - The minister seemed to have gone walkabout when questions were raised.
(질문이 나오자 장관은 자리를 피해버렸다.)
이럴 때는 살짝 비꼬는 느낌, 비판적인 뉘앙스가 있다. “책임 안 지고 도망갔네?” 이런 뉘앙스다.
이 표현은 뉴스에만 나오는 포멀한 표현이 아니다.
일상 대화에서도 아주 자주 쓰인다. 그런데 이때는 톤이 가볍고 장난스러울 때가 많다.
- Where’s Tom? He’s gone walkabout again.
(톰 또 어디로 사라졌네.) - My phone’s gone walkabout.
(내 폰이 어디 갔는지 모르겠어.) - The keys must’ve gone walkabout again.
(열쇠가 또 어디 숨었네.)
직장, 친구들, 가족끼리 다 쓰는 표현이고, 듣는 사람도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비즈니스 이메일이나 공식 문서에는 안 쓰는 게 좋다.
북미나 다른 타 영어권에서는 상황에 따라서 “disappeared”, “vanished”, “gone missing” 같은 의미다.
호주 공영방송 ABC가 최근 발표한 새로운 다양성과 포용성 정책에 따라, 직원들에게 “Chinese whispers”, “gone walkabout”, “no can do” 같은 표현을 사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이런 표현들이 인종적으로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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