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한국 방문하면서 혼자 훗카이도를 며칠 다녀오려고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엄마가 “일본을 가보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 엄마는 올해 여든. 지금껏 해외여행은 누나와 함께 중국 두 번 다녀오신게 전부였다. 누나는 이미 일본을 많이 다녀온 터라, 이번엔 내가 모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패키지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아니 극혐하지만 ㅎㅎ), 자유여행은 아무래도 엄마 연세에 무리일 수 있어 패키지 여행을 선택했다. 가깝고 일정도 짧은 후쿠오카로 결정했다. 출발은 부산 김해공항이다. 출발 일주일 전, 감기로 고생하시던 엄마는 병원에서 링거까지 맞으시며 컨디션을 끌어올리셨고, 다행히 출발 당일에는 여행하실 정도로 회복되셨다.

우리를 포함해 총 17명이 김해공항에 모였다. 가이드님이 간단히 입국 절차를 브리핑했고, 비행기는 45분 만에 후쿠오카에 도착했다. 비행기 타자마자 도착할 만큼 가까운 거리. 짐을 찾고 바로 2박 3일 일정이 시작됐다.
점심은 바짝 마른 돈카츠와 평범한 우동. 나는 살짝 실망했지만, 엄마는 다행히 “우동이 맛있다”며 맛있게 드셨다.
첫날 코스는 지옥온천, 유노하나 유황재배지, 유후인이었다. 나에겐 대부분 별 흥미 없는 곳들이었지만, 엄마는 처음이라 그런지 좋아하셨다. 유후인은 원래 첫 코스였지만,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가이드님이 일정을 조정해서 마지막에 갔다. 오후 4시가 넘어서 도착했더니 대부분 가게가 문을 닫거나 닫을 준비를 하고 있었고,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 팀에 대부분 연세가 있는 분들이어서 가이드님은 좀 배려한게 아닌가 한다.
첫날은 숙소가 료칸이었다.
료칸에 가이세키로 저녁이 나왔는데 엄마는 속이 안좋으신지 통 많이 드시진 못했다. 식사하시면서 김치없냐? 단무지 없냐? 계속 물어보셔서, 음식이 안맞으신듯 했다. 체했는지 아니면 음식이 느끼하셨는지 모르겠다. 점심때 식사하실때 천천히 드시라고 했는데 속이 안좋으신지 하루종일 콜라를 계속 드셨다. 저녁식사후에도 속이 좀 더부룩하신건지, 소화제 한 알 드렸다.
좀 오래된 듯한 건물에 공동 목욕탕형태의 온천이 있었고, 남탕 여탕에서 밖으로 연결된 야외 온천도 있었다. 엄마는 저녁을 드시고 바로 온천욕을 하시고 그 다음날 아침에도 하셨다. 유카타를 처음 입어보시곤 신기해 하셨다.
엄마가 콜라를 찿으시기에 나는 빨리 온천욕을 끝내고 체크인카운터로 내려가서 콜라가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카운터에 있는 일본분이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해서 구글번역기로 대화를 시도, 콜라는 없단다. 숙소 근처가 조그만 일본 시골 마을이라 아무것도 없었다. 숙소에서 작은 매점을 운영중인데 한국 컵라면이 있어서 그거라도 일단 사서 컴백.
엄마는 온천을 일찍 끝내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컵라면은 드시고 싶지 않으신듯. 한국으로 가져가는 수 밖에. 첫날 아침부터 일찍일어나서 여행준비하느라 피곤해서 우리 둘다 눕자마자 모두 바로 기절했다.
다행히 다음날 엄마가 컨디션이 좋으시다고 했다. 천만다행이다. 여행내내 내 온 신경이 엄마 컨디션에 집중되어 있었다. 아침식사도 양념이 된 채소 반찬과 미소된장국이 나와 엄마는 맛나게 드셨다. 식사 후 숙소 근처 시골마을 동네를 잠깐 산책했다. 조용한 마을에 개천이 하나 흐르고 있었다. 아침 공기도 색감없는 집과 건물들 모두 일본스러워서 개인적으로는 아주 좋았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밴딩머신 발견 다행이 콜라가 있었다. 이제 콜라도 준비되었고, 엄마도 컨디션 좋으니 이틀차는 순탄하라라 기대해본다.
아침부터 가이드님의 목청이 대단하다. 2일 연속 차에 타 있는동안 내 애플워치가 90데시벨이상 30분이상 노출되어있다고 소음경고를 띄웠다. 대다수의 분들이 70대이상 분들이라 소리를 작게 해 달라고 말 할수 없었다. 처음에는 상당히 Annonying했는데 2일차 접어들면서 어느정도 그러려니 하고 적응이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피곤해서 자는데도 계속 본인의 사적인 이야기를 구구절절 하는게 상당히 의아하게 느껴졌는데 3일차 마지막날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둘째날 여행지는 아소산, 쿠로가와 온천마을, 뇨린지 개구리절이었다. 온천마을은 좁은 길을 오르락 내리락해야 해서 엄마가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잘 걸으셨다.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에서 가장 볼만한 것이 아소산이었다. 확 트인 화산분화구과 주변 경관을 높은곳에서 볼 수 있었다.
둘째날 숙소는 후쿠오카 시내에 있는 평범한 비지니스 호텔. 일본 숙소는 좁기로 유명하지만, 작년에 DJ랑 일본 갔을때보다는 괜찮았다. 아침 조식도 포함되어 있었다. 둘째날 저녁식사는 이번 일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개별식사를 해야했다. 나는 엄마에게 언제 다시 여기 올일 있겠냐고 일본음식을 권했지만 엄마는 한식을 드시고 싶다고 하셨다. 시내라 숙소 근처에 한식당이 많았다. 리뷰가 나쁘지 않고 숙소에서 가까운 한식당으로 고고. 들어가는데 단번에 식당종업원들이 (사장인지도 모르겠다.) 한국분임을 알아보았다. 가게를 한국분들이 운영을 하고 일하시는 분들도 다 한국분들인거 같았다. 엄마는 돌솥비빔밥을 나는 순두부찌개를 시켰다. 엄마는 언제 속이 안좋았냐는듯 아주 맛있게 드셨다.
밥집보다는 고기에 소주한잔하는 분위기인데 돌솥밥은 한국수준의 꽤 괘찮은 퀄러티였고, 순두부는 평타. 직원들 아주 친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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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式] 小さな韓国 あぷろ 大名店
小さな韓国 あぷろ 大名店の公式ホームページです。あぷろは、本格的な韓国料理を堪能できるお店です。 当店では、厳選したこだわりの食材を使用し、本場の味をそのままお届けするこ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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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후 근처 드러그스토어에서 쇼핑. 엄마가 선물하신다고 해서 꽤많은 파스와 젤리를 샀다. 역시 일본하면 파스다.
세째날 아침 호텔 1층에서 조식을하고, 소화도 시킬겸 숙소 근처 시내를 걸었다. 일본 벤딩머신앞에서 그냥 평범한 사거리에서 사진도 찍어드렸다. 이제 엄마는 일본음식에 적응하시는 듯하다. 매끼 아주 잘드셨다. 세째날 일정은 사사구리 신사, 큐다이 숲 걷기, 후쿠오카타워 모모치해변, 면세점 한곳, 라라포트다. 사사구리 신사는 옛날 일본 아이돌그룹 아라시 썬셋 광고 촬영지로 유명하다고 했다. 나한테는 평범한 일본의 신사였다. 해질때 이쁘다고 하는데 우리는 낮에가서 그 광고장면은 보지 못했다. 가이드님이 해당 광고장면을 재현하라며 사진 찍어주심. 큐다이 숲은 그냥 한국동네 뒷산가서 3-40분 걷는 기분이었다. 거기가 왜 관광지인지는 개인적으로 알수 없었다. 점심은 스시인데 패키지관광 팀을 전문적으로 받는 느낌이다. 한 두시간전에 만들어 놓은 듯한 윤기라고는 없는 스시가 몇점 나왔다. 우리 일행이 오고 계속 다른 한국 패키지 관광객 팀이 들어왔다. 그래도 엄마는 잘 드신다.
식사후 조그만 면세점에 들러서 쇼핑을 하라고 했다. 면세점 들르기전 가이드분이 차안에서 건강보조제 설명에 열을 올렸다. 이건 꼭 사야한다. 정말 좋다. 내가 보증한다. 나도 먹고 있다. 내 엄마도 사 드렸다. 등등. 그러려니 했다. 엄마와 난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다들 차에서 내려 면세점에 가길래 우리만 차안에 있을 수 없어 같이 들어갔다. 샤워할때 머리 시원하게 긁어주는 솔 같은거 하나와 간식거리를 구매하고 계산하려는데 가이드분이 오더니 건강보조제 사라면서 효도해야 하지 않겠냐고 하면서 나의 팔을 끌고 계산대 앞으로 갔다. 다행이 내 호주 카드가 해외 결제 한도가 정해져 있어서 결재되지 않았지만 하마터면 털릴뻔 했다. 몇몇 분들이 100만원 넘게 구매를 하신듯 하다. 약간 현타가 왔다.
마지막 코스는 라라포트라는 쇼핑몰에서 알아서 쇼핑하기다. 엄마와 나는 파스 몇개를 더 추가로 산 후 수퍼마켓에서 스시세트를 사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대다수 분들은 연로하신 분들이라 간단히 쇼핑후 쇼핑센터 전체를 둘러보지 않고 한 곳에 앉아서 계셨다. 약간 40-50분 쇼핑 후 다시 버스에 올라 한국으로 컴백했다.
좀 더 부모님이 젊을때 같이 많이 여행을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지금이라도 어디든 가고 싶다면 같이 가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난생 처음 패키지 여행을 해보니 패키지 여행은 여러군데를 한꺼번에 저렴한 가격으로 편한게 둘러볼 수 있고, 관광지나 해당나라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이드분에게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히 있다. 다만 건강보조제 같은 것에 대해 구매권유를 받을때는 조심할 필요가 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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