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버거킹은 왜 '헝그리잭스'라는 이름을 쓸까?
호주에서 간단하게 한끼를 때우기 위해 햄버거나 칩스(감자튀김)을 먹으러 가려고 하면 주로 맥도날드 그 다음으로 흔히 보이는 곳이 헝그리잭스(Hungry Jack’s)다.
사실 헝그리잭스라는 브랜드는 호주에서만 존재하는 특별한 이름이고, 그 정체는 바로 미국의 유명 햄버거 체인인 버거킹(Burger King)이다.
그럼 왜 호주에서는 '버거킹'이 아니라 '헝그리잭스'라는 이름을 쓰게 된 걸까? 그 속엔 흥미로운 상표권 이야기와 법정 싸움이 숨어 있는데 이에 대해서 알아보자.
시작은 1971년
버거킹은 1970년대 초, 호주 시장에 진출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Burger King’이라는 상표가 호주에 등록되어 있었다.
따라서 법적으로 버거킹이란 이름을 호주에서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버거킹 본사는 고민 끝에, 호주에서 사업을 맡을 프랜차이즈 운영자 잭 코윈(Jack Cowin)에게 다른 브랜드명을 사용해서 운영하라고 요청했다.
잭 코윈은 펩시코(PepsiCo) 산하 브랜드였던 팬케이크 믹스 ‘Hungry Jack’에서 이름을 따와 복수형으로 바꾼 "Hungry Jack’s’ 라는 이름을 새로 만들었다. Jack은 우연히도 그의 이름이기도 해서 더 잘 어울렸고, 매장에서는 버거킹과 동일한 메뉴(와퍼 등)를 그대로 판매했다. 그렇게 1971년, 첫 헝그리잭스 매장이 퍼스(Perth)에 문을 열었고, 이후 빠르게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그 후 몇 년 동안 헝그리잭스는 성공적으로 운영되었고, 브랜드 인지도도 높아졌다.
그런데 1990년대에 들어, 버거킹 본사는 상표 문제가 정리됐다고 판단하고 'Burger King' 이름으로 호주에 직접 매장을 열기 시작했다. 이건 기존 계약을 위반하는 행동이었고, 당연히 잭 코윈은 반발했다. 결국 이 문제는 법정 싸움으로 번졌고, 양측은 꽤 오랫동안 대립하게 된다.
2001년, 호주 법원은 헝그리잭스의 손을 들어줬다.
계약 위반이 인정되었고, 버거킹 본사는 호주 내 매장을 모두 정리하고 완전히 철수했다. 이후 기존에 있던 ‘Burger King’ 매장들도 모두 ‘Hungry Jack’s’로 리브랜딩되었다.
헝그리잭스는 여전히 버거킹에게 상표권에 대한 로열티를 내고 있으며, 버거킹에 완전히 독립된 사업체는 아니다.
단 매장의 수익은 대부분 호주 운영사(잭 코윈 회사)로 들어고, 버거킹 본사는 로열티만 일부 받는다.(매출의 일정 비율, 보통 4~6% 수준) 브랜드 이름은 ‘헝그리잭스’지만, 여전히 버거킹 시스템과 메뉴를 사용하며, 운영은 독립적이지만, 브랜드는 버거킹과의 프랜차이즈 계약 아래 있음
즉, 헝그리잭스는 사실상 버거킹 호주판 독립 운영자라고 보면 된고, 수익은 대부분 잭 코윈 쪽에서 가져가고, 버거킹 본사는 이름값만 받고 있는 셈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상표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고, 호주만의 독특한 브랜드 문화로 자리 잡은 결과다.
혹시 여행 중에 '버거킹 어디 갔지?' 싶다면, 헝그리잭스 간판을 찾으면 된다. 그게 바로 호주판 버거킹이다.